테니스 '그랜드 슬램(Grand Slam)'으로 불리는 총 4개의 대회는 테니스에서 가장 권위 있고 중요한 대회로 여겨집니다. 선수들은 이 대회를 목표로 훈련을 하고 커리어를 쌓아갑니다. 전 세계에서 제일 인기 있는 4개 대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대회들은 각각 고유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고,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랜드 슬램'은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롤랑가로스), 윔블던, US 오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년 일정한 시기에 대회가 개최됩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그랜드 슬램' 대회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호주 오픈(Australian Open) 대회
호주 오픈(Australian Open)은 매년 1월 중순에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되는 대회로, 시즌 첫 번째 그랜드 슬램입니다. 호주 기준으로 한여름에 진행되며, 야외 하드코트 경기장에서 경기가 진행됩니다. 대회는 약 14~15일에 걸쳐 진행되고, 호주의 국경일인 1월 26일 호주의 날(Australia Day)이 대회 둘째 주에 포함되도록 대회 기간을 정합니다.
1) 역사 : 1905년 처음 시작된 호주 오픈은 초기 메이저 대회로서 국제적인 인지도는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호주 내에서의 관심은 높아서 꾸준히 대회가 진행되면서 1924년 메이저 챔피언십 자격을 얻었습니다. 세계 1차 대전, 2차 대전 당시 대회가 중단된 적이 있지만 이후에는 중단되지 않고 매년 개최되고 있습니다.
대회 첫 해부터 1987년까지는 잔디 코트에서 진행되는 대회였지만, 1988년 메인 경기장을 멜버른 파크로 이동하면서 하드 코트 대회로 바뀌었습니다. 멜버른 파크는 선수 편의 시설과 관중을 위한 인프라 모두 잘 갖추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회가 되었습니다.
2) 대회 특징 : 대회가 진행되는 호주의 1월 날씨는 폭염과 높은 습도로 인해 체력 안배가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대회에서 기권하거나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선수가 발생했습니다. 주최 측은 기온 및 습도가 위험한 수준까지 상승하면 '폭염 시 특별 규정(extreme heat policy)'을 적용하여 선수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타이브레이크 룰을 도입했지만 듀스로 인해 너무 길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2019년 호주 오픈부터 최종 세트에서 게임스코어가 6:6이 되면 10점 선취 타이브레이크(슈퍼 타이브레이크) 룰을 적용했습니다. 이 룰은 2022년 모든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적용되는 표준이 되었습니다.
3) 최다 우승 (2025년 3월 기준)
- 남자 단식 :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 10회
- 여자 단식 :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 7회
4) 특이사항 : 2018년 호주 오픈에서 정현 선수가 남자 단식 4강까지 올라가는 성적을 보여줬습니다. 3회전에서 당시 랭킹 4위인 알렉산더 즈베레프(Alexander Zverev)를 세트 스코어 3-2로, 4회전에서는 호주 오픈 최다 우승자인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를 3-0으로 이기는 쾌거를 보여줬습니다. 4강에서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를 만나 세트 스코어 0-1에서 부상으로 인해 기권을 했습니다.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오면서 테니스의 인기가 상승했는데 빠른 시일 내 한국인 선수가 다시 한번 좋은 성적을 보여주길 바라겠습니다.
2. 프랑스 오픈(French Open) / 롤랑가로스(Roland-Garros) 대회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그랜드 슬램 두 번째 대회는 프랑스 오픈(French Open)입니다. 명칭을 프랑스 오픈이라고도 하지만 보통은 롤랑가로스(Roland-Garros)로 불립니다.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에 2주간 개최되며, 시즌 중 마지막 클레이 코트 대회로 통합니다.
1) 역사 : 1891년 처음 개최된 롤랑가로스는 당시 프랑스 챔피언십(French Championships)이란 명칭으로 시작됐습니다. 초기에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선수만 참가하는 아마추어 대회였지만 1925년부터 외국 선수의 출전이 가능해지면서 규모가 커졌습니다. 1, 2차 세계대전에 잠시 대회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매년 꾸준히 개최되고 있습니다.
2) 대회 특징 : 롤랑가로스는 클레이 코트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회에서 쓰는 In-Out 판독기인 호크아이도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클레이 코트의 특징 상 공의 흔적이 잘 남는다는 이유로 주최 측에서 도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수들이 공을 칠 때마다 땅이 모양 자체가 조금씩 달라져서 호크아이의 정확도가 다른 코트에 비해 오차가 발생합니다. 현재는 호크아이가 참고용으로만 쓰이고, 정식으로는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클레이 코트의 특성은 다른 코트에 비해 공의 바운드가 비교적 높게 발생되고, 공 속도가 줄어드립니다. 이런 특성으로 수비적인 선수가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 소위 '흙신'으로 불리는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은 수비 능력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초강세를 보이는 대회입니다.
3) 최다 우승 (2025년 3월 기준)
- 남자 단식 : 라파엘 나달(Rafael Nadal) 14회
- 여자 단식 : 크리스 에버트(Chris Evert) 7회
4) 특이사항 : 그랜드 슬램 대회 중 광중 매너가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많은 대회입니다. 롤랑가로스에서는 한쪽에 대한 일방적인 응원이 심하기 때문에 종종 선수들이 경기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국내 테니스 선수로는 이형택, 정현, 권순우 선수가 3회전(32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입니다.
3. 윔블던(Wimbledon) 대회
매년 6월 말에서 7월 초에 개최되는 윔블던은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는 대회입니다. 공식 명칭은 윔블던 챔피언십 (The Championships, Wimbledon)이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니스 토너먼트 대회라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랜드 슬램 중 유일하게 잔디 코트를 사용하는 대회입니다.
1) 역사 : 1877년에 윔블던 챔피언십(Wimbledon Championships)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개최됐습니다. 첫 대회에는 남자 단식 경기만 개최되었고, 결승전에서는 약 200명의 유료 관중이 경기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후 여자 단식, 혼합 복식 등 다양한 경기가 진행되면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2) 대회 특징 : 윔블던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잔디 코트를 사용한다는 점과 흰색 유니폼을 입어야 된다는 점입니다. 초기 윔블던 대회부터 이어져 온 두 가지 특징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잔디 코트의 특성상 서브가 강한 선수와 발리가 좋은 선수가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서브&발리가 좋은 선수가 대회에서 높은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윔블던 대회에서 착용하는 모든 복장은 흰색으로 통일해야 된다는 규칙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2013년 대회에는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의 운동화 밑창이 주황색이라는 이유로 지적을 받고 테니스화를 바꾸어 신은 적이 있습니다. 여성 선수의 경우 생리 등의 이유로 불편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서 2023년 대회부터는 속바지가 스커트의 길이보다 짧다는 조건 하에 색상이 들어간 것을 입어도 된다는 규정이 신설되었습니다.
3) 최다 우승 (2025년 3월 기준)
- 남자 단식 :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8회
- 여자 단식 :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Martina Navratilova) 9회
4) 특이사항 : 선수와 관객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입장한 관객들의 모든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전자기기를 반입하더라도 반드시 전원을 꺼야 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국내 테니스 최고 기록은 2007년 3회전(32강)에 진출했던 이형택 선수의 기록입니다.
4. US 오픈(US Open) 대회
US 오픈은 매년 8월에서 9월 사이 개최되는 대회로, 미국 노동절 즈음에 열립니다. 시즌 그랜드 슬램 대회 중 마지막에 개최됩니다. 메인 코트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Arthur Ashe Stadium)은 23,771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테니스 전용 경기장으로 유명합니다.
1) 역사 : 1881년 US 챔피언십(US Championships)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개최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남자 단식만 개최되었지만 이후 다양한 세부 종목이 추가되었습니다. US 오픈은 상당히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대회이지만 그랜드 슬램 대회 중 가장 마지막인 1967년부터 4대 대회로 포함되었습니다. 현재는 하드 코트를 사용하고 있지만 잔디 코트, 클레이 코트에서 열렸던 기록이 있습니다.
2) 대회 특징 : US 오픈 대회 전 6주에 걸쳐 5개의 투어 대회가 개최되는데 이를 통틀어 US 오픈 시리즈라고 불립니다. 대회 별로 점수를 부여하여 US 오픈에서 시리즈 점수가 높은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추가 보너스를 지급했는데 현재는 보너스 지급이 중단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테니스 인기가 낮아지고 있어서 많은 대회가 축소되고 있지만 US 오픈은 인기가 여전한 듯 높은 상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드 코트는 공이 비교적 빠르게 바운드되기 때문에 공격적인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선수에게 유리합니다. 경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 때문에 템포가 빨라 관중들의 몰입도는 높아집니다.
3) 최다 우승 (2025년 3월 기준)
- 남자 단식 : 지미 코너스(Jimmy Connors), 피트 샘프라스(Pete Sampras),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5회
- 여자 단식 : 크리스 에버트(Chris Evert),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 6회
4) 특이사항 : US 오픈의 국내 선수 최고 성적은 2000년과 2007년에 기록한 이형택 선수의 16강 기록입니다. 1981년 여자 테니스 선수였던 이덕희 선수도 16강에 오른 기록이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의 준우승이 최고 기록이고, 여자는 오사카 나오미 선수의 2018년 아시아 첫 우승이 있습니다.
결론 : 각기 다른 매력의 그랜드 슬램 대회
그랜드 슬램 대회들은 고유한 매력과 특징이 있어서 보는 사람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대회 권위가 높은 만큼 큰 명예를 얻기 위해 선수들의 경기력도 다른 대회에 비해 높습니다. 호주 오픈의 빠른 경기 템포, 롤랑가로스의 클레이 코트에서의 전투, 윔블던의 전통과 고급스러움, US 오픈의 대규모 관중과 빠른 경기 속도가 보여주는 즐거움은 우리가 그랜드 슬램을 기대하게 하는 매력입니다. 이번 시즌 남은 3개의 그랜드 슬램의 결과가 어떨지 벌써 궁금합니다.